영화 노는 계집 창 리뷰
그런 식의 인신매매가 성행했던 시절이었다. 단순히 팔려오는 것 정도가 아니라 길 가던 여자를 아무나 막 납치해서 팔아넘기던,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성행하던. 뭐 요즘에는 다른 종류의 말도 안 되는 일이 성행하기도 하지만..
뭐 어쨌든..
영은 역시 그런 식으로 그곳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냥 술집인줄 알고 왔다가 깜짝 놀라서 도망을 치려고 하니까, 그곳 포주가 벌써 거액의 몸값을 지불한 상태라며 도망 못하게 처녀성을 강제로 뺏어버린 후 체념을 하게 만드는 아주 고전적인 방식으로.
생각해보면 옛날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우리 할머니들에게 행해진 방식도 그런 식이었을 것이다. 그 시절의 잔재가 그때까지만 해도 남아있었던 건지. 아니 아직도 그건 남아 있는 것 같다.
영은이 그곳 생활에 적응을 못해서 힘들어하거나 매일 밤 눈물을 찍어낸다든지 하는 모습은 후다닥 지나간다.
왜냐하면 그녀의 인생을 아주 긴 세월동안 쫓아다니지만 보는 사람이 지루하게 느끼지 않을만한 시간 안에 담아내야 하는 게 영화라는 대중 예술 장르의 속성이니까.
신은경은 청춘스타로 발돋움 하다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불미스러운 사고로 잠시 묻힌 후, 이영화로 여우주연상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복귀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녀가 배우로서 연기에 대한 열정이 어마어마한 여자인줄 알았다. 아니 그 후 조폭 마누라 시리즈를 찍을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연기는 굉장히 하고 싶어 하는구나, 라는 인상을 받았으니까. 그런데 왜 그랬을까. 최근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그녀는 이제 완전히 굿바이, 된 것 같은데. 뭐 내막이야 알 수 없는 일이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어쨌든 그녀의 연예계 복귀는 당분간, 꽤 오랜 시간 동안 힘들지 않을까 한다.
잠깐 잡담이 길어졌다.
그곳에서 일하는 모든 여자들이 그랬을까. 어쩌면 사람이라는 게 그런 동물인지도 모른다. 능력 밖의 일이라 체념을 하게 되면 순응을 하게 되고 버텨간다, 힘들어도.
영은은 서울의 한 집창촌에서 시작해서 여러 곳으로 팔려 다닌다. 어느새 그쪽 여자들 중에서도 고참 급에 들어선 영은은 가끔은 인생의 절정기라 할 만하게 팔자가 피는가 싶다가도 어느 순간 또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삶을 반복한다. 누구의 인생이나 비슷하겠지만 영은의 그것은 참으로 기구하게 느껴진다. 영화 막판 남자와 만나는 영은의 심정은 과연 어땠을까.
매춘부를 직업으로 가진 한 여자의 인생을 이야기하지만 그녀를 거쳐 간 사람들, 일어났던 수많은 일들을 통해 바퀴벌레 같이 버티고 살아가는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어떻게든 남자들을 꼬셔서 끌어들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여자들. 그렇게 번 돈들은 아버지의 약값, 동생들의 학비, 오빠의 결혼자금 등등의 명목으로 시골로 보내진다. 너무 낭만적인 시각인가? 어쨌든 그곳 여자들의 그런 모습과 더불어 꽤 긴 세월에 따라 변해가는 사람들, 인간관계, 변해가는 도시와 그쪽 세계의 모습들..
매춘부가 된 여자가 주인공인 다른 영화 ‘나쁜 남자’ 와는 그런 면에서 다르다. 물론 나쁜 남자 역시 아주 다른 건 아니지만 영화 자체가 보듬고 가는 사이즈가 다르다. 나쁜 남자가 포커스를 맞춘 건 그 ‘나쁜 남자’ 의 사랑에 대해서이니까.
제목을 ‘노는 계집, 창’ 으로 정한 건 마케팅적인 요소 때문이었을까. 아예 대놓고 ‘매춘부’, 혹은 ‘창녀’ 라고 하지는 않지만 나름 적나라한 그런 제목인건. ‘노는 계집’ 이라는 수식어는 평생 빠져나올 생각도 못한 채 그 생활을 하며 살아야 하는 여자의 변화된 정체성에 대한 설명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분명 영은은 처음에는 잡혀 와서 강제로 처녀성을 뺏기고 말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주도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나가는 여자임에는 분명하니까. 비록 그것이 몸을 팔고 술을 파는 일이어도, 주도적이라고 하기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배신을 당하는 순진함을 가지고 있지만.
요즘 나왔으면 아무리 세련된 연출을 하고 탄탄한 스토리를 만든다고 한들 성공하기 어려운 종류의 영화다. 개봉했을 당시만 해도 그런 정서를 이해하는 관객들이 꽤 있었고, 비슷한 느낌의 영화가 아직은 나오고 있을 때였다. 임권택 감독의 끗발 역시 아직은 살아 있을 때였다.
영화 중반쯤이었던가, 새로운 에이스에게 손님을 빼앗긴 후 옷을 벗어던지며 미친 듯이 발광을 하는 미숙이 나오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의 핵심을 한 번에 설명하는 장면이 아닐까.
'영화(Fil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아이언맨 기본 정보, 줄거리, 영화의 의미와 영향, 명대사 (8) | 2024.09.27 |
---|---|
영화추천, 주토피아 리뷰 (0) | 2023.03.30 |
영화추천, 영화 검은 사제들 리뷰 (0) | 2023.03.28 |
영화추천,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리뷰 (0) | 2023.03.27 |
영화 약속 리뷰, 배우 전도연에 대하여, 일타 스캔들 (0) | 2023.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