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 리뷰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 그저 ‘토이 스토리’ 같은 영화가 아닌가 하는, 그 정도뿐이었다. 주토피아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건 단지 그것뿐이었다.
요즘은 애니메이션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스토리가 복잡하지는 않다. 그렇다면 어린이 관객들이 보지를 않겠지. 복잡하다고 하는 건 그 안에 숨겨진 메시지라고 예전보다는 많아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의욕에 충만한 경찰대 수석 졸업 풋내기 경찰이 진정한 경찰이 되어간다는 이야기가 기본 줄거리다. 그 속에 편견에 대한 메시지가 가득 담겨 있다. 육식동물, 덩치 크고 강하게 생긴 동물에 대한 편견, 상대적으로 왜소하고 초식을 하는 동물에 대한 편견도. 단순히 양자 대결 구도로 몰아붙이기는 어렵다. 동물의 종류에 따른 특성, 그에 대해 다른 동물이 가지고 있는 편견이라고 하면 정리가 될까. 사람으로 치면 인종에 대한 편견, 학력에 대한 편견, 외모에 대한 편견 등등이 될 수도 있겠다.
주인공 ‘주디’ 는 어릴 때부터 사회에 뭔가 보탬이 되겠다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사명감으로 가득 찬 캐릭터다.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도 하지 않아.”
그런 말을 하며 딸이 평범한 삶을 살기를 원하는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타고난 천성이 평범함을 거부하는 그녀.
경찰대 수석졸업까지 하며 최초의 경찰 토끼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달고 주토피아에 입성을 하지만 그에게 던져지는 첫 임무는 무려 ‘주차단속’ 이다. 하지만 그녀는 잠시 낙담한 후에 이 마저도 애초 할당량의 두 배를 절반의 시간 안에 해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달성한다. 그러던 와중에 경찰 생활 평생의 파트너가 될 ‘닉’을 만난다.
남편이 십일 째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건, 경찰로서는 잠깐 발만 담궜다가 한쪽 구석에 밀어뒀던 사건을 주디가 거의 뺏다시피 해서 맡게 되고, 여기서부터 영화는 조금씩 탄력을 받는다. 하지만 사실 탄력을 받는다는 말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서는 적용하기가 굉장히 애매한 것이, 장르의 특성상 시작부터 웃기고 들어가고 중간 중간 계속 잊을만하면 웃겨주고, 언제인지 모르게 사건에 개입하고 중심에 들어가나 싶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면 결말에 다다라 모두가 웃고 있게 만드는, 그것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특성이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탄력을 받는다는 말을 적용하기가 애매하다는 건 그래서이면서도 늘 느끼는 건 실사 영화는 도대체 왜 이렇게 만들지 못하는가 하는 점이다.
길에서 우연히 만나서 뒷통수를 제대로 맞았던 닉이 이 사건에 조금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게 된 주디는 그를 협박 반, 회유 반으로 살살 꼬셔서 사건의 실체에 조금씩 다가가는데..
영화 속에서 굉장히 철학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주디가 그렇게 편견을 타파하고자 노력을 하지만, 어느새 그녀 자신도 모르게 편견 섞인 말을 하고 있었다는 설정이 나오는 부분이다. 그로 인해 친구였던 ‘닉’ 을 상처받게 하고, 또 그와 관련해 일어나는 일들에 회의감을 느끼고 고향으로 내려가서, 자신이 염두에도 두지 않았던 당근 파는 일을 하게 된다. 물론 그런 설정 역시 그녀가 사건의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증거에 다가가는 역할을 하게 되지만.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던 부분은 실종된 피해 동물들이 ‘맹수화’ 돼 가는 이유였다. 난 제약회사의 약물 살포 같은 것이 관련된 건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는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간다. 깊숙이, 라는 건 음모를 벌인 작당들이 거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순한 양한마리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영화는 다시 한 번 말한다. 순한 양이라고 다 착한건 아니라고. 물론 그 양 한 마리의 입을 통해서 ‘구십 퍼센트의 초식동물들이 힘을 합치면 십 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 육식동물들에 충분히 맞설 수 있다’ 라는 보편적인 논리를 펴기는 한다. 영화에서 짚었던 문제는 그 논리를 실행하는 방식이 ‘문제가 가득한 방식’ 이라는 점이었고. 예전에 유행했던 블록버스터에서 악당들이 가지고 있던 일차원적인 변명을 떠올리게도 하는 부분이다. 자신들이 왜 그렇게 됐는가에 대한 구구절절한 그 변명들.
영화 속에는 보다가 소위 말하는 ‘빵 터지는’ 포인트가 몇 군데 있다.
처음부터 하나씩 설명하면 재미없으니 뒤에서부터 한번 들여다보자.
영화의 거의 마지막 이제 경찰이 된 ‘닉’ 과 주인공이자 그의 선배이자 파트너인 ‘주디’ 가 주차위반 단속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강력 범죄 해소에 나서는 장면으로, 도심 한복판에서 난폭한 레이스를 펼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그곳 현장에서 만난 범인. 범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한가?
그의 정체는 바로 말 한마디 하면 몇 초씩 지나가는 ‘플래쉬’ 였다. 차창이 내려가고 그의 얼굴이 보이자마자 박장대소를 했다.
헐리웃에서 일하는 시나리오 작가는 참 영리한 놈들이 많다.
그리고 증거 확보를 위해 플래쉬의 도움을 받아 차량 조회를 해서 주디가 알기에는 최초의 실종자인 ‘수달’을 찾아갔다가 마주친 그분!
뭐 대충 예상은 했다. 어마어마한 덩치들 사이로 뭔가 굉장히 작지만 어마어마한 존재가 등장할거라는.
내가 터진 부분은 영화 ‘대부’를 오마주한 부분이었다. 로열티는 내고 쓴 장면일까 싶을 정도로 ‘대부’ 의 연기 하나하나와 대사들은, 정말 영화 대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진지함이 걷히고 상당히 웃긴 장면이었으니 대부의 코미디 버전 정도로 정리하면 될듯하다.
그런데 정말 궁금한 건 정말 과연 로열티를 지불했을까, 하는 점이다. 감독이 대부의 열렬한 팬인가, 하는 궁금증도 일었다.
이것 말고도 ‘오마주’ 한 부분이 한군데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뭐 대충 이 정도로 해두자.
하지만 이 두 부분 말고도 큭큭.. 대다가 푸핫! 하고 터지는 부분은 깨알같이 박혀 있다.
플래시가 등장하는 장면도 그렇고.. 뭐 스포가 될 수 있으니 그 부분에 관해서는 그만.. 뭐 이미 줄거리를 대충 다 얘기해버린 것도 같다.
초반에 나왔지만 주디의 부모가 했던 이 말이 상당히 기억에 남는다.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도 하지 않아.”
이 말을 듣자마자 식상하기도 하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말 하나가 생각났다.
“그렇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성공을 할 수도 없어. 아니 그 기회조차도 잡을 수 없어.”
뭐 이런 몇몇 철학적인 대사들이나 상황들이 단순히 팝콘무비로 끝날 수도 있는 영화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기는 했지만, 그 점을 제외하고 아무 생각 없이 시간 떼우기로 봐도 무방한 영화이다. 애니메이션들은 무조건 기본 이상의 재미는 보장하지만, 이 영화 주토피아는 오랜만에 깔깔대면서 봤던 영화임에 틀림없기도 하니까.
다소 심오한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낸 영리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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